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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매일] 한국의 교통문화와 적당주의

작성자 :
POSMIT
작성일 :
2023-01-12 14:04
조회 :
266

서의호 칼럼 - 한국의 교통문화와 적당주의

http://www.kb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280367

   

▲ 서의호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정부가 교차로 꼬리물기 금지 캠페인을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고 운전자의 이기주의의 산물인 꼬리물기는 사실상 후진 한국운전문화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한국의 교통문화의 후진성을 한번 짚어보고, 이러한 후진성이 우리의 `적당주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보고 싶다.

몇 년전 한·미 합동훈련인 팀스프릿 훈련이 포항에서 있을 때 마다 미군의 교통사고가 많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보도는 미군을 나무라는 논조였다. 하지만 필자도 10여년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왔을 때 그곳에선 `안전운전자`라고 주정부 표창까지 받았는데, 귀국 한달 사이에 두번의 교통사고를 일으킨 기억이 있다. 아마 미군들이나 나나 달라진 교통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로 보여진다. 

두번의 교통사고의 내용을 보면 한국교통문화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 번은 일단정지 표지판을 보고 서있는데, 뒷차가 와서 추돌했다. 내가 일단정지에 서 있는데 왜 추돌하냐고 하니까 그 운전자는 “외국에서 왔어요?”라고 물었다. 한국에서는 일단정지 표지판에 서는 차가 별로 없다는걸 그때 알았다. 

또 한번은 신호등 없는 사거리에서 잠시 멈추고 주위를 살피고 전진하는데, 왼쪽길에서 오는 차에 받쳤다. 그때서야 신호등 없는 사거리에선 눈치껏 가야하고 꼬리물기가 일반화돼 있다는걸 알았다. 반면 미국에선 훠웨이스탑(Four-way Stop) 이라고 하여 신호등 없는 사거리에선 모든 차는 정지해 사거리에 진입한 순서대로 진행하도록 돼있다. 이 제도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도 철저히 지켜지고, 어기게 되면 벌금을 물도록 되어있다. 사실 교차로 꼬리물기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신호등 없는 사거리에서의 꼬리물기다. 

잘못된 교통질서 지키기와 함께 잘못된 신호체계도 문제다. 차량이 거의없는 새벽에는 교차로의 신호등은 깜빡등으로 처리해야 하는데도 많은 경우 신호등이 방치돼 있어 빨간불 신호를 무시하고 과속으로 달리는 차를 흔히 볼수있다. 삼거리에서 마주오는 차량에 우회전과 직진을 줄 경우 내게는 직진을 줄수 있는 데도 빨간불로 막는 경우도 있다. 

일부 신호체계의 모순은 운전문화의 후진성에서 오는 경우도 있다. 선진국에서 보편화돼 있는 `비보호 좌회전`이 우리에게 일반화되지 못하는 것도 급하게 좌회전하는 `빨리빨리`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경적소리를 남발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일본이나 미국에선 거리에서 경적소리를 거의 듣기 어렵다고 한다.

앞에서 파란 신호등이 떨어지기 무섭게 빨리 가라고 뒤에서 경적소리가 나는건 흔히 겪는 일이지만 건너가는 보행자를 기다리는 필자의 차 뒤에서도 경적소리가 난다. 보행자를 무시하고 빨리 가라는 재촉이다. 100km 규정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도 뒤에 오는차가 더 빨리가라고 경적소리를 내기도 한다. 

한국 교통문화에 안타까움을 느끼는건 이러한 후진성이 `적당주의`와 관련이 있고, 그러한 적당주의가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적당주의`는 사회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얼마전 일어난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태풍 매미 참사같은 대형사고. 연구업적 부풀리기 같은 학계의 문제, 또 정교한 정책질문이 아닌 호통으로 일관하는 국회 청문회에 이르기까지 사회, 학계, 정치 모든 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제 고질적인 교통문화를 선진화해야 한다. 교통체계를 좀더 정교하고 과학적으로 체계화하고, 운전자, 보행자의 교통규칙 준수문화를 선진화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적당주의`를 개선하는 첫 일보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적당주의의 개선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선결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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