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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매일]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

작성자 :
POSMIT
작성일 :
2023-01-12 14:03
조회 :
249

서의호 칼럼 -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

http://www.kb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279828


▲ 서의호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한국에서 새 정부가 시작되면 관례처럼 해오는 일이 있다. 정부 부처 이름 바꾸기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한 소위 `융합적`명칭의 부처가 탄생했다. 새 대통령이 탄생할 때 마다 부처이름이 바뀌니까 이제 어떤 부처가 무슨일을 하는지 조차 혼동될 때가 많다. 

200년 역사의 미국은 행정부처의 이름, 가령, 국무부, 국방부, 교육부 등의 이름이 거의 바뀌지 않고,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미국이 정부부처 이름을 안바꾸어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적이 없다. 이점은 대부분의 서구의 선진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없애고 바꾸는 게 또 있다. 옛 건물들과 유적지들이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때 늘 지나다녔던 종로2가에 있던,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은 화신백화점 건물이 사라진 건 큰 충격이었다. 중앙청건물, 국도극장 등 보존가치가 높은 건물들이 이젠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씨티투어를 해보면 서울이나 한국 대도시의 문화유산들이 얼마나 빈약한지 알수 있다.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는 인근 경주는 그나마 조금 나은편이긴 하지만, 도시전체가 현대화되어 유적도시라는 느낌이 빈약하다. 유적지들은 현대식 건물 사이사이에 간신히 유지되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이다. 

이에 반해 로마, 파리, 런던 등 유럽의 오랜도시들, 그리고 역사가 일천하다는 미국의 워싱턴 필라델피아 등을 가보면 옛날 건물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한 역사적 건물들이 관광자원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자부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치욕의 역사적건물, 부서진 역사적 건물도 원형 그대로 보존하여 후세들에게 교훈으로 삼고있다. 

이렇게 바꾸고 부수고 하면서도 우리에게는 안 바뀌는것들도 있다. 정부부처의 이름은 수시로 바꾸지만, 운영방식은 구태의연하다. 관료주의, 권위주의, 그리고 지나친 자율침해 등은 여전하기 ?문이다. 지난 정부때 교육부와 과학부를 합친 교육과학부가 융합효과를 목표로 했다지만, 한지붕 밑에서 두 개 부처가 따로 따로 공전하는 이름만의 융합부였다. 특히 과학부와 융합됐다는 교육부의 경직성은 많은 대학들의 불만을 사왔고, 융합명칭을 가지기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처럼 경직된 정부운영방식은 자율에서 나오는 창조력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대학의 창조력은 자율적운영에 있다. 미국의 경우 대학의 정원조차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건물들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건물들은 천편일률적이며, 상가의 디자인이나 간판들도 구태의연하다. 도시마다 매년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지만 도시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도시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도시를 가든 모양도 비슷하고, 성냥갑 같은 아파트 건물들도 똑같다.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을 잘 구분해야한다. 정부조직의 이름을 바꾼다고 더 나은 행정이 약속되는 게 아니다. 하드웨어 보다는 조직문화와 운영방식의 개선, 즉 소프트웨어를 개선해야 한다. 명칭보다는 각 부처가 어떻게 자유경제, 자유민주주의를 좀 더 효과적으로, 능률적으로 돌아가도록 할수 있는지 연구하고, 창의성을 키우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 또 옛 건물, 유적 등 전통적 가치가 편의성때문에 희생돼서는 안된다. 그것들은 민족이 가지고 있는 유산이고, 관광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산과 전통자원을 보존하면서, 바꿀 것은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새로운 건물들은 좀 더 창조적으로 특색을 지녀야 한다. 어지러운 간판들, 거리의 모습도 좀 더 선진화되게 바꿔야 한다. 

이제 우리국민들은 우리가 선진국임을 자부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인식의 교육이 필요하다. `바꾸어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인식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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